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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1988/삭신이 쑤시는 일상

코로나 후유증 / 부비동염(aka.축농증) 치료기 (4-2) 축농증 수술과 입·퇴원 후기

by 망귤 2023.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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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2023.01.18.)

마취 이후 약 두 시간이 지났다. 정확히는 내가 시간 체크를 한 건 아니고, 나중에 병원에서 집에 있던 우리 엄마에게 수술 시작·종료 시간 문자를 보내준 걸 보고 두 시간이 지났다는 걸 알았다.

 

마취에서 깨고 정신이 몽롱했으나 정확히 기억나는 장면이 있다. 코가 꽉 막혀있으니 본능적으로 숨이 잘 안 쉬어지고 답답했던지, 자꾸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던 것.ㅋㅋㅋ그때 수술실 선생님들이 괜찮다고, 괜찮다고 계속 날 눕히려 해서 아니 왜들 날 못 일어나게 하려는 거야... 하고 다시 잠듦.

 

마취에서 깨어난 후 아마 이런 모습이었을 듯

 

다시 깼더니 회복실 같은 곳에 있었는데, 거기 서 있는 선생님께 아파요, 속이 울렁거려요 낑낑댔더니 진통제를 갓 놨으니 괜찮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 다시 잠들고, 깨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내 병실로 왔고, 내 침대로 정신없이 들어와 누웠다.

 

좌측 부비동 쪽만 수술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막상 수술하려 보니 뭔가 더 터치가 필요했는지(수술 하루 전 필요 시 다른 시술도 할 수 있음을 이미 고지받았다) 오른쪽 코도 막혀 있다.  목이 뻐근하니 아프고, 막히고 정말 환장 대잔치!

 

극사실주의 초보 블로거의 기록

 

문득 목이 아플까 싶어 침을 꾹 삼켜 보았는데, 다행히 목은 아프지 않았다. 기도 삽관이 잘 되었던 건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단지 입으로 숨을 쉬다 보니 입천장이 뻐근하고, 코 수술 때문인지 약간의 치통이 느껴진다.

 

입이 쩍쩍 말라 물을 마시고 싶었지만 수술 이후 최소 2시간은 금식을 유지해야 했다. 잠도 깨어 있어야 하고, 물도 마시면 안되고. 자다 깨다 하고 있다 보니 다행히 생각보다 시간이 금방 지났다. 드디어 물을 마셔도 되는 2시 20분이 되었다.

 

필수품 분무기와 빨대 텀블러

 

시간이 되자마자 분무기로 입과 목에 바로 물을 뿌려댔다. 원하는 곳에 바로 뿌릴 수 있으니 너무 편하고 좋다. 물론 촉촉함이 오래가진 못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어 열심히 뿌려댔다. 눈물을 질질 흘려가면서(아파서일 수도 있고 코가 막혀서일 수도 있고) 분무기로 입과 건조한 내 공간에 물을 뿌려댔더니 조금 낫다.

 

한참을 있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어져서 수액을 꽂은 채로 다녀왔는데, 간호사 선생님이 소변을 시원하게 봤는지 여부를 확인한다. 전신마취 후에 이뇨 작용이 원활하게 잘 안 되는 경우도 있어 확인하는 듯했다. 다행히 난 별 문제없었다. 

 

 

이제부턴 그냥 시간이 지나길 버텨야 한다.

 

그냥 멍 때리고 있는 중

 

코를 건드려놨더니 욱씬욱씬 얼굴도 아프고, 치통까지 느껴진다. 처음으로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하여 진통제 요청을 했다. 뭐가 그리 아팠는지? 끅끅대고 울면서 진통제를 놔달라고 했다. 귀신같은 진통제는 시간이 조금 지나면 확실히 효과가 돌았다. 수술 당일과 다음날까지 네 번 정도는 요청했던 것 같다.

 

또 하나 힘들었던 건 구역감이 있었다. 전신마취 후 흔한 증상이라고 하는데, 누워 있으면 좀 낫지만 조금이라도 일어나려 하면 갑자기 급체라도 한 것마냥 몸이 차가워지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옆에 더 힘든 과정을 겪은 분들도 계신데 엄살이 심하다

 

약 먹으려면 뭔가 끼니가 될 만한 걸 먹어야 하는데... 속이 계속 울렁거린다.

 

이렇게 아무리 병원이라지만 추한 꼴을 보이고 싶진 않아서 꾹! 참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면서 간호사 선생님께 입원 기간 동안 세 번 정도 도움을 요청했다. 이땐 최대한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었다가 반복하면서 마취 기운에서 깨어나야 한다. (물론, 쉽게 증상이 없어지진 않는다.)

 

결국 밥은 못 먹었고, 가지고 온 유동식을 시간차를 두고 두 개 간신히 마셨다.

 

교수님 등장 두둥

이렇게 낑낑대고 있는데, 이비인후과 교수님이 상태를 보러 오셨다. 정신없이 눈물 질질 흘리면서 누워서 수술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일단 가장 큰 문제였던 좌측 부비동에 있는 고름을 많이 빼냄(아오 속시원하다)

-안쪽에 혹 같은 게 있어 제거

-이밖에도 내시경이 들어갈 길이 좁아 이를 넓히는 수술까지 함께 진행했다고 했다. (비중격 교정술)

이 과정에서 코 안쪽에 지지대를 넣어야 하는데, 지지대는 양쪽 모두에 다 넣어야 하기 때문에 오른쪽 코도 막아두었다고 했다. 

 

더 자세히 물어보고 싶었는데 힘이 없어 그냥 고개만 끄덕였고, 당일 퇴원은 도저히 어려워 보였는지 다음날 퇴원하기로 했다. 

 

점심에 이어 저녁 식사도 따로 시키지 않고, 저녁 식사 역시 유동식으로 대체했다. 이날 밤은 그래도 조금씩 잤다. 물론 소음은 여전히 있었다. 근데 몸이 너무 힘들고 피곤하다 보니 잠이 든다. 근데 목이 마르니 깬다. 잠이 든다. 다시 깬다. 분무기로 목을 적신다. 잔다. 깬다. 이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다 보니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수술 다음날 (2023.01.19.)

이른 아침, 혈압과 체온 측정을 위한 시간이 와서 주섬 주섬 일어났다. 화장실에 수액을 꽂은 채 힘겹게 가보니 얼굴에 붙여 놓은 붕대 뭉텅이가 꽤 젖어있다. 피가 확실히 많이 나오긴 하는구나.

 

아침 일찍이 (외래 환자 받기 전 이른 시간) 외래에 가서 수술 전날 수술 설명과 코털 제거(ㅋㅋ)를 해주신 선생님을 만나 상태 점검을 받았다. 

 

일단 뭉텅이 붕대는 더 이상 안 해도 된다고 한다. 코 앞에 막아 놓은 작은 붕대도 뺐다. (코 안쪽은 녹는 솜으로 한가득 막혀 있다. 언제 녹을까 벌써부터 막막) 선생님이 비내시경으로 코 안쪽을 보여주는데, 뭐가 지지대이고 녹는 솜인지 모르겠는 것이 코 안이 진짜 엉망진창 ㅋㅋㅋㅋ

 

그리고 오른쪽 콧구멍에 석션으로 살짝 숨구멍을 냈다면서 한번 숨을 쉬어보라는데 흠냐.... 뭐가 달라진 건지 모르겠어요... 슨생님ㅋㅋㅋㅋ ㅠㅠ 뚫은 듯 안 뚫은 듯 막힌 코에 구멍을 낸 후 다시 입원실로 돌아와 누웠다. 

 

오옷 드디어 맞이한 병원식!!!

 

자리에 돌아와서 오후에 다시 교수님을 만날 생각만 하고 있는데, 아침 식사를 가져다주신다!!! 오옷!! 이것이 바로 병원밥이구나... 메뉴는 닭도리탕 약간, 오이 무침, 배추김치 한가득(왜 이리 많이 주시는지), 연한 어묵국, 흰밥 그리고 후식으로 단호박찜.

 

콧구멍을 아주 살짝 뚫어주신 덕분인지 아주 미세하게 냄새가 느껴져 감동적이다. 어제 하루를 밥을 제대로 못 먹고 먹어서 그런가... 맛은 잘 안 느껴져도 맛있게 먹었다.  한국인은 역시 밥이다.

 

밥 다 먹고 수액 꽂은 채로 식판 반납하겠다고 낑낑대고 복도에서 걷고 있는데, 꼴이 너무 불쌍해 보였는지 병원 도우미 여사님(?)께서 식판을 대신 반납해 주시겠다고 했다. 정말 감사했다. ㅠㅠ

 

흑흑 집가고 싶어

 

시간이 지나 오후 시간에 다시 외래로 가서 교수님을 만났다. 코에 뭐가 잔뜩 느껴지다 보니 이걸 풀어도 되는지 물어봤는데(ㅋㅋ바보같이) 한동안 코에 자극 주지 말고, 넘어가면 뱉거나 여의치 않으면 삼켜도 된다고 했다. 녹는 솜이 들어가 있기에 그냥 그대로 녹기를 기다리면 된다고.... 일주일쯤 지나 다시 병원을 와서 아직 덜 녹은 녹는 솜을 어느 정도 제거하고, 드레싱을 할 예정이라 하시는데 벌써부터 그날이 기다려졌다. ㅋㅋ

 

궁금한 분들을 위해 적자면, 피는 앞으로도 계속 나올 수 있다. 조금씩 흘러나오는 정도는 괜찮다고 한다. 대신 피가 왈칵 많이 나온다면 그땐 얼른 병원에 가보아야 한다. 

 

 

퇴원 (2023.01.19.)

드디어 집 간다

마지막 외래 체크를 받고, 이제 집에 갈 준비를 한다. 퇴원 전 약을 받아야 하는데, 약을 받으려면 우선 퇴원 수속을 밟고 그동안의 비용을 수납해야 한다. 이게 확인되어야 병원에서 약을 받고 퇴원 가능하다.

 

복용약은 항생제를 비롯한 기본적인 약들이고, 이밖에 아바미스 나잘 스프레이(하루 한 번 사용)와 오큐프록스라는 안연고를 추가로 받았다. 이 안연고는 콧구멍 입구 쪽(난 입구 쪽만이 아니고 약간 안쪽까지 연고를 발랐다. 피를 닦고, 콧물도 닦다 보면 연한 안쪽 살이 헐어버리기에 꼭 잘 바르자!)을 바르기 위함이다.

 

이밖에도 나잘린 스프레이를 따로 구매해서 수시로 뿌리라는 안내를 받았다. 수술을 하고 나서 보니 이 나자린 스프레이를 자주 써주는 게 좋을 듯하다. 수술 직후 코세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비점막 분무식 습윤제로 건조한 콧속을 촉촉하게 만들어주고, 사용법대로 잘 따라 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쪽 분비물이 잘 흘러나온다. (이 후기는 다음 편에 또 쓰도록 하겠다.)

 

대학병원 입·퇴원, 축농증 수술 비용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부분이 비용 부분이 아닐까 싶다.

나는 대학병원에서 2박 3일 입원/6인실/축농증 수술(비중격 교정술, 비염수술 포함)을 받았다.

 

비용은 대략적으로 104만 원 정도 나왔으며, 곧 실비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 후기도 다음 편에 적어보겠다.)

 

 

아무도 안 궁금해하면 어떡하지

 

 

퇴원 이후 회복기, 외래 검진 등 후기는 다음 편에

 

 


 

 

혹시 제 이전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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