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병원(대학병원)에 가다
에고... 지난 2편을 쓴 이후 오늘 3편을 쓰기까지 너무 공백이 길었다.
내 현재 상태에 대해 스포하자면, 사실 난 지난주 대학병원에서 결국 축농증 수술을 받았다. 내 경우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해야 했기에 입원도 해야 했고, 회복 기간도 필요했다. 뭐 수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쓰기로 하고...
1차 병원(일반 이비인후과)에서 두 달 넘게 항생제를 복용했지만, 별 효과를 못 본 나는 결국 난 대학병원을 가보기로 한다. 정말 가고 싶지 않았던 게, 결국 내가 최후의 수단(수술)을 시도하게 될 것임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수술은 사실 시설을 갖춘 작은 병원이나 좀 더 규모 있는 2차 병원에서도 하지만, 겁많은 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자세한 검사를 받기 위해 바로 3차 병원에 예약했다. 인천 시민인 나는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 예약했다.
병원 대표 번호로 연락해도 상담원이 증상에 따라 알아서 예약해주겠지만, 이렇게 하기보단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는 걸 추천한다. 해당 과의 교수님들과 담당 분야, 스케줄을 확인해서 미리 자기의 스케줄에 맞춰 예약을 잡아 방문하는 게 좋다.
나는 미리 홈페이지에서 봐둔 부비동염 담당 교수님들 중 경험이 많아 보이시는 분으로 선택하여 예약했다.
축농증으로 인한 대학병원 초진 (2022.12.12.)
대학병원을 가면 절로 숙연해진다. 세상에 아픈 사람이 이리 많다니. 평소 무향무맛의 당연한 일상이 새삼 비싸게 느껴지는 경험을 이곳에 가면 할 수 있다. 환자가 워낙 많았기 때문에 일찍 병원에 갔음에도 불구하고 예약 시간보다 30분 정도 더 기다려 초진을 볼 수 있었다.
대학병원 의료진은 딱딱한 분들일 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데, 뭐 물론 기계적인 분들도 있긴 하나 대부분 친절하셔서 조금 긴장을 털어냈다. 초진엔 비내시경으로 콧속 상태를 보고, 현 증상에 대해 간단히 얘기했다. (자세한 사항은 오히려 교수님 만나기 전 다른 선생님이 체크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항생제(목시클정 625mg)를 비롯한 약을 처방받았다. 열흘 정도 복용할 수 있는 분량. 큰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다음 검사를 받기 전 최소한의 처치 정도가 아닐까 했다.
항생제 처방 외에도
1) 뮤코미스트라는 가래제거제를 함께 세척액에 넣어 사용하라는 처방을 받았는데, 내 코에는 이 약 냄새가 묘하게 역했다. 코세척 시간이 너무 싫었다.
2) 다음 진료를 위해 CT 촬영과 알레르기 검사를 해야했다. 대학병원은 이런 검사를 바로 당일에 하기 힘들다. 이를 위해 주말에 다시 한번 병원에 방문해야 했다.
병원에 방문한 첫번째날, 초진료를 비롯해서 CT 검사, 알레르기 검사 비용을 수납했더니 대략 20만원이 조금 넘게 나왔다.
혹시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20대 어린 친구들이 있다면 건강할 때 꼭 실비보험에 가입하라는 조언을 해주고 싶다. 어리고 건강할 때 꼭 들어야 하는 게 실비보험이다. 5년에서 10년이 지나면 실비보험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CT 검사와 알레르기 검사 (2022.12.17.)
대학병원 진료를 보려면 비용은 물론이요 시간도 엄청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 워낙에 환자가 많아 모든 게 거대한 예약 시스템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주말에 다시 방문.
나는 축농증 문제를 앓고 있기에 얼굴 부분을 찍었는데, 말로만 듣던 조영제를 투여한다거나 하는 과정은 없었다. 그냥 너무나 간단하고 쉽게 검사가 끝났다. 알레르기 검사도 마찬가지였다. 이 검사의 경우 채혈을 하긴 하지만 건강 검진 때 피검사와는 다르게 금식할 필요가 없었다.
대학병원에서의 두 번째 진료날 (2022.12.22.)
처방 받은 목시클정이 내게 효과가 있었냐고?
이쯤이면 당연한 거겠지만 효과는 없었다. 똑같았다. 두 달간 온갖 항생제를 먹었는데 얘라고 무슨 효과가 있을까. 내 증상은 그대로였다. 연두색 끈적한 콧물인지 고름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계속 목뒤로 넘어가 삼키느라 바빴고, 코세척을 하면 이 연두색 농이 조금씩 흘러나왔다.
아마 교수님도 마지막 항생제 처방이 효과를 낼 거라곤 기대하지 않았을 거라 본다. ㅎㅎ
CT 사진 판독 결과
CT 사진을 보니 몇 개월 전 이비인후과에서 찍었을 때처럼 좌측 부비동에 농이 한 가득 차 있었다. 음, 어찌된 게 그때보다 더 농이 찬 거 같다? 그리 항생제를 먹어댔는데 줄어들진 못할망정...
난 CT를 찍으면 혹인지, 곰팡이가 있는지 다 볼 수 있을 걸로 기대했는데 농이 차 있는 이상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결국 수술을 해야 안에 곰팡이가 있는 건지(조직 검사), 혹이 있는 건지 명확히 알 수 있다고 했다.
알레르기 검사 결과
혹시 알레르기 때문에 축농증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던 것일까? 검사 결과 난 딱히 알레르기가 있는 편이 아니라고 함?! 교수님이 이 말씀 외에 더 언급하지 않으신 걸로 봐서 내 축농증은 알레르기로 인한 증상이 아니었음이 확인되었다. 땅땅땅.
아무튼! 나는 결국 항생제가 효과가 없었고, 알레르기도 딱히 없으며, CT 판독상 좌측 부비동에 농이 한 가득 차 있기에 이 경우 결국 수술이 답이라고 했다.
수술은 국소마취 or 전신마취로 진행되며, 국소마취의 경우 회복이 빠르고 수술 전 해야 할 검사 수도 적지만 대신 수술 과정을 온전히 다 듣고 느끼게 된다. 전신마취는 위험성이 있기에 회복 기간이 필요하고 해야 할 검사도 많으나 마취 전문의가 있어 크게 걱정할 건 없다고 했다.
수면마취는 안되냐고? 이비인후과 수술 특성상 수면 마취는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예 전신마취를 하든가, 국소 마취를 해서 의사와 함께 수술 과정을 맞춰가야 한다고 함.
교수님은 당장 긴급 수술을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은 아니며, 축농증은 마치 비염처럼 백프로 완치가 되는 병이 아니기에(재발 가능성 有) 수술을 당장 권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10년 뒤에 수술해도 된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하신다.
결국 환자인 나의 선택이라는 것.
수술을 생각하고 있긴 했지만 막상 이리 되니 조금 심난해졌다. 며칠 자리를 비워야하는 회사도 걱정되고, 연차를 써야 하는 것도 걱정되고, 아플 것도 걱정되고. 아, 그냥 한의원을 갈까. (이제 와서 이 무슨?) 수술 날짜를 바로 잡지 못하고 그냥 나와버렸다.
그리고 무슨 생각인지 CT 사진을 CD로 2만원이나 주고 따로 구매했다. (진짜 이건 최고의 삽질이었다. 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그냥 바로 날짜를 잡을 걸 그랬다. 다른 병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간 병원의 경우 수술은 교수님과 직접 날짜를 바로 잡는 시스템이었다. 간호사와 상의를 한다거나, 수술 날짜를 잡는 상담팀이 따로 있다거나 한 게 아니었다. (또 수술 날짜를 잡으러 피같은 휴가를 써서 병원에 가야했다.)
나는 결국 수술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후 수술을 받기 위한 온갖 검사 대장정 후기는 다음 편에....
혹시 제 이전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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