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의 세 번째 진료날 (2023.01.04.)
지난 두 번째 진료날(12/22), 수술해야 한단 말에 정신이 살짝 혼미해진 나는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병원을 나왔다. 당시 소염제 한 달분을 처방받아 한 달 뒤 다시 오는 걸로 진료 마무리를 했었는데, 결국엔 그냥 빨리 수술을 받기로 마음 먹었다.
극심한 고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미 축농증 때문에 삶의 질이 낮아진 건 확실하다. 버티는 게 무슨 소용일까? 이젠 그냥 빨리 해치우고 싶다.
1월 4일 다시 병원을 방문하여 수술 날짜를 잡았다. 특히 회복을 위해 설 연휴 전에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운 좋게도 설 직전(1/18)에 수술 스케줄을 잡을 수 있었다! 올! 대학 병원이라 최소 한 달은 대기해야 하지 않을까 했는데, 딱 원하는 시기에 할 수 있어 좋았다.
수술을 위해선 입원이 필요하다. 수술 전날 저녁 입원하여 다음날 오전에 수술을 받고, 그때 상태에 따라 당일퇴원하거나 하루 정도 더 입원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최소 1박 2일에서 최대 2박 3일 정도가 필요한 것이다.
수술은 (앞 포스팅에서도 설명했지만) 국소마취와 전신마취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난 전신마취로 선택했다. 전신마취라 몸에 무리가 좀 갈 수 있긴 하지만, 도저히 정신이 깨 있는 상태에서 수술을 받을 자신이 없었다...ㅠㅜ
그리고 수술실에서의 한 두 시간 기억을 잊는 대가로, 정확히는 전신마취를 할 수 있는 건강 상태인지 체크하기 위해 여러 가지 검사를 하게 되었다.
수술을 위한 검사 (2023.01.07.)
대학병원에서 당일 검사는 어렵다. 그렇기에 1월 7일 토요일 검사를 위해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이날 한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다음 주(1/12)에 다시 병원을 방문하기로 했다.
1) 피검사와 소변 검사
- 전에 알레르기 검사했을 때 채혈했던 것과는 달리 이번 피검사는 보통 하는 피검사처럼 금식이 필요했다. 음식도 물도 안됨. 검사 안내지엔 6시간 이상 금식이라고 나와 있었는데, 나는 8시간 금식하고 가서 채혈했다.
-소변 검사는 안내지에 안나와 있어서 생각 못했는데, 소변 검사도 해야 한다고 해서 살짝 놀랐다. 먹고 마신 게 없어 쿨타임 채우느라 병원에 필요 이상으로 머물렀던 기억이...ㅎㅎ
2) 심전도 검사
- 심장 기능을 보기 위한 검사. 젊은 사람들 중 심장 쪽에 문제 있는 경우들이 있는 경우가 은근히 있다고 한다. 간호사 선생님이 이 검사 결과에 만약 이상이 있으면 수술을 미뤄야 한다고 하셔서 조금 긴장했다. 나 코로나도 걸렸었는데 혹시 문제가 생긴 건 아니겠지?...
-사실 생전 처음하는 검사는 아니어서 덜 긴장했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담당 선생님이 가슴 쪽(여성의 경우 브라를 위쪽으로 올려야 함. 당황하지 말 것!!)과 다리 쪽에 전극을 붙이는데, 전혀 아픈 것 없이 금방 끝난다.
3) 폐기능 검사와 엑스레이 촬영
- 생전 처음 해보는 검사였는데, 의자에 앉아 뭔가 마이크(?) 같은 걸 입에 물고 담당 선생님의 가이드대로 숨을 크게 쉬었다가, 빨리 쉬었다가를 반복한다. 숨을 왠지 크게 못 쉬는 기분이어서 아 내 폐활량이 많이 적나? 문제가 있음 어쩌지 혼자 걱정했던 기억이 난다.
-엑스레이 역시 폐 상태를 보기 위함이었다.
위 다섯 가지 검사 비용만 대략 10만 원대 초반이 나왔다.
4) 후각 검사
- 위 검사들 외에 추가적으로 후각 검사도 받아야 했는데, 이 검사는 위 검사를 받은 날짜와 다른 날에 받았다. 이비인후과에서 하는 검사라 그런지 1/7 토요일에는 하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1/12 네 번째 진료날, 정확히는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 시간에 예약하여 검사받았다.
-후각 검사는 몇 십개의 립밤처럼 생긴 스틱들로 검사한다. 독특한 향이 나는 샘플 하나의 냄새를 우선 맡게 하고, 이후 또 다른 샘플 몇 가지 냄새를 맡게 하여 어떤 게 같은 향인지, 혹은 다른 향인지 맞추게 한다. 난 이 검사하면서 내 코가 어떻게 된 줄 알았다. 이게 이거 같고 저게 저거 같고... 나 어뜩해ㅠ
-객관식도 있다. 향을 맡아보고 이게 무슨 냄새인지 보기에서 골라 체크하는 형태인데, 딸기 냄새 같은건 물론이고 갈비 냄새가 나는 스틱도 있어서 놀랐다ㅋㅋㅋ
-이 후각검사만 12만원이 넘는다.
대학병원에서의 네 번째 진료날 (2023.01.12.)
온갖 검사를 싹 끝내고 드디어 검사 결과를 들으러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다행히 모든 검사 결과는 정상!!
수술하기로 결정했을 때 사실 난 수술 그 자체만 생각했지 내 건강 상태가 따라줘야 가능하다는 건 생각 못했었다. 난 젊고 크게 몸이 아팠던 적이 없기에 당연히 되겠거니 생각은 했지만, 젊은 사람들 중에 수술을 잡았다가도 중간 검사 과정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기도 한다니... 수술도 쉽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쨌든 다행히 수술을 위한 기본적인 절차를 마쳤다. 하지만 다 끝난 건 아니다.
입원을 위해 PCR 검사(음성만 입원 가능)를 해야 했다. PCR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코로나에 감염된 이후 3개월이 지나지 않은 상태면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정말 운 좋게도, 내 경우 9월 말 코로나 감염 이후 3개월이 조금 지나버렸다. 어쩔 수 없이 검사를 받아야 했던 것!
보건소에 가야 하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검사를 실시하고 있었다. 단, 검사 결과의 효력 3일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성질 급하게 미리 받아 놓으면 소용이 없다. 수술 이틀 전쯤 PCR 검사를 받는 게 제일 좋다.
즉 1월 18일(수) 수술을 할 예정이기에 1월 16일(월)에 PCR 검사를 하고, 17일 오전 중 검사 결과를 받아 그날 저녁 입원 수속을 밟는 것이 최선이었던 것. 제발 무탈히 수술 받을 수 있기를.
그리고 다행히, 그대로 이루어졌다!
내 생애 첫 수술 & 입원 후기는 다음 편에...!
혹시 제 이전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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