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었지만 안녕 못해!
블로그 첫 글 포스팅을 코로나 관련 글로 시작하게 되어 조금은 유감이다.
요즘 코로나 한번 감염되지 않은 사람 없다지만, 나는 지난해 9월 말 코로나에 감염된 이후 해가 바뀐 현재 1월까지도 코로나가 가져온 고통으로부터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 이후 후유증으로 생긴 부비동염(흔히 축농증이라고 부르는 병)이 낫고 있지 않아 삶의 질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난 약물치료가 듣지 않았고, 다음 주 대학병원에서 축농증 수술을 앞두고 있다. 수술이라는 연초 큰 이벤트를 앞두고 내가 지난 3개월 간 겪어온 고통의 일상을 담백하게 담아보고자 한다.
코로나 감염
일단 나에게 이런 고통을 안겨다준 망할 코로나 감염 시기부터 기억을 되살려 보겠다.
나는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도 2년 9개월 간 운좋게 감염되지 않고 잘 살다가 2022년 9월 23일 금요일, 공식적으로 코로나 확진되었다. 나는 원래 비염 증세가 있고, 특히나 환절기 후비루 증상과 함께 목이 칼칼해지는 증상이 나타나기에 이비인후과에 주기적으로 다녔다. 그래서 당시에도 코로나 감염이 됐을 거라고 생각 못하고 비염으로 생각하고 단골 이비인후과에 갔더랬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지인들과 약속도 거의 잡지 않았고, 점심도 혼자 먹고, 손소독과 손세척도 끔찍이 하고, 소독티슈를 갖고 다니면서 핸드폰이며 자리며 여기저기 닦아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난 결국 감염됐다. 혼자 가서 밥을 주로 먹었던 구내식당이 감염장소가 아니었을까 추측만 할 뿐, 사실 이것도 정확하진 않다.
비염으로 알고 갔던 병원에서 혹시 몰라 받았던 신속항원검사. 선명하게 빨간 두 줄이 참으로 빨리도 드러났다. 의사 선생님이 참으로 날 빨리 부르더라. 멘붕!! 목이 부은 느낌, 칼칼한 것만 생각하고 병원에 갔는데, 그때 약간의 오한 내지 근육통 증세도 있었던 것 같다. 만성적인 피곤함과 전날 운동으로 인한 근육통이 섞였던 거라 생각했는데, 오한 증세였다.
내 증세가 병원에서 심각하게 보이지 않아서 그런지 의사 선생님은 젊은 사람들은 약하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비교적 평범한(내가 봤을 때) 감기약들을 처방해 주셨다. 나도 그렇게 지나갈 거라 생각했다. 그때만 해도 목도 이 정도면 참을 만했고, 아주 힘들진 않았으니까.
힘들었던 격리 시기
사람마다 코로나 감염 증상이 다른데, 내겐 인후통이 주된 증상이었다. 오한은 감염 당일 정도만 있었고, 약을 먹으니 열기운이나 근육통 등은 없어졌다. 확진 다음날 목이 더 부었지만 미각 후각도 있었고, 엄마가 만들어주신 갈비찜도 야무지게 뜯어먹었다. 와 이 정도면 견딜 만 한데? 싶었지만 문제는 밤부터 시작됐다.
어마어마한 인후통이 시작된 것이다. 코로나 인후통을 두고 칼로 찌른다, 칼춤을 춘다 등의 여러 표현들을 하는데, 내가 당시 느꼈던 고통을 표현하자면 목구멍 정 가운데 부분을 누가 미친 듯이 사포질을 해대는 느낌?
물은커녕 침도 못 삼킬 지경. 가글을 해라, 뜨뜻한 물을 먹어라, 스트랩실류의 사탕을 먹어라, 여러 팁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고 (10의 고통 중 0.5 정도 감소되는 효과 정도가 있었다.) 그저 버텨야 했다.
한창 아프기 시작할 때, 순댓국이 갑자기 땡겨서 배달시켜 국물을 먹었다. 두 번 깜짝 놀랐다. 하나는 맛있어서. 또 하나는 목이 너무 아파서. 국물 한번을 삼킬 때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삼켜야 했다. 두 손 모아 기도하듯 눈 꼭 감고 국물을 먹었다. 눈물이 좔좔좔....
살겠다고 간신히 뭔가를 먹고 울다가 지쳐 잠들면, 침을 못 삼켜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휴지에 침을 뱉고 자서 휴지는 항시 옆에 두었다. 이 끔찍한 인후통 증상은 확진 후 4일 정도까지 매우 심했고, 5일차부터는 침과 물을 삼킬 수 있을 정도는 되었다.
이렇게 나도 회복되는구나! 싶었지.
무엇이 부비동염의 원인이었을까
가족과 함께 사는 집에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던 터라, 난 화장실을 이용할 땐 마스크를 쓰고 왔다 갔다 해야 했다. 부비동염에 걸리고 나서 그때를 돌아보면 하나하나 후회가 된다.
-약을 너무 약하게 처방 받았나? 어차피 이후 신나게 먹게 될 항생제를 미리 처방받았더라면 부비동염에 감염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마스크를 쓸데없이 아껴쓴 건 아닐까? 잠깐 잠깐 쓰면 되니 마스크를 하루에 하나씩 갈지 않고 하나를 가지고 2~3일 쓰곤 했는데, 오염된 마스크가 내 코에 영향을 준 걸까? 싶기도 했다.
방 창문을 열어두곤 있었지만 통풍이 안되니 환기도 잘 안되고, 침과 가래 뱉은 휴지 봉투가 방에 있고, 아마 내 방은 바이러스며 온갖 균이 득실거렸을 거고, 마스크도 오염됐을 것이다. 난 그때 그 생각까지 미처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일수록 마스크 아끼지 말고 잘 썼어야 했는데.
물론 부비동염은 심한 감기 끝에 합병증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당시 내 마스크가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전체적으로 몸이 약해지다보니 면역력이 약해져서 온 결과일 수도 있다. 근데 평생 걸려본 적 없는 부비동염에 걸리다보니 과거를 돌이켜보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ㅎㅎ
앞으로 살아가면서 수없이 코로나에 감염될텐데, 다음 감염 땐 격리 자체도 격리이고 영양 섭취도 중요하겠지만, 내가 격리할 공간의 위생과 소독에 특별히 주의하려 한다.
부비동염(축농증) 증상의 시작은 다음 편에!
코로나 후유증 / 부비동염(aka.축농증) 치료기 (2) 축농증 진단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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